공화당 출신 대통령 링컨은 의외로 마르크스류 노동가치론 신봉자였는데, 지독한 보호무역론자였다. 무역과 관련한 그의 이야기는 두 가지가 대표적이다. 하나는 이런 류다.
"영국과 무역을 하자고? 흥. 다른 건 몰라도 내가 하나는 알겠어. 수출을 하면 우리는 쓸데없는 영국돈을 받는 대신 재화를 잃게 된다고. 영국과 무역 해 봤자 좋은 건 영국
놈들뿐이겠지."
이 이야기는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다른 하나는 이런 논리다.
"자, 이거봐 친구. 상품 가격이 10달러라고 쳐, 그러면 이동할 때 드는 비용이 최소 10달러야. 무역을 해봤자 상이 이야기는 <링컨의 진실>에 나와있다. 지금은 절판된 책이다. 길게 설명하기는 그렇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링컨이 경제의 ㄱ자도(E
of economics) 모르는 인간이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이 사례를 쓴 것 같다. 얼핏 보면 그는 자유무역 원리를 1%도 이해 못한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론은 진화하고, 그의 논리도 그렇게 틀린 것은 아니었다.
2008년 노벨상에 빛나는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1991년 논문에서 상품의 가치를 빙하(iceberg)에 비유한다. 물론 그의 논증은 분석적이었지만, 설명하자면 이런 것이다. 리카도의 자유무역 이론에 기초한 국제경제학은 대부분 공간을 중요한 변수로 간주하지 않는데, 크루그먼은 상품은 이동하면서 빙하가 녹는 것처럼 그 가치가 줄어든다고 가정한다. 즉, 가까운 곳에 수출하면
100달러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이라 하더라도 교통비가 60달러쯤 드는 지역에 수출하면 수익은 40달러 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교통비가
120달러가 드는 지역이라면, 상품을 그 지역으로 수출할 수 없을 것이다(이 사고는 튀넨이나 베버의 고전적 입지이론에 근거한다). 이 가정으로 인해서 크루그먼은 거리를 상품이동의 비용으로 간주하고 비로소 경제학에서 공간을 반영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게 된다. 이 내용이 수록된 Increasing returns and economic geography(1991)은 신경제지리(NEG, 지리학자들은 이 표현을 싫어하고, '신지리경제학'라는 말을 더 선호한다)를 개척한 기념비적인 논문으로 꼽힌다.
리카도류 경제학자의 눈에 링컨이 말만 잘하는 무식한 대통령이라고 보였겠지만, 보호무역을 주장하던 링컨의 사고는 기본적으로 폴 크루그먼 빙하(iceberg) 가정과 놀랍게 닮아있다. 게다가 장하준 같은 경제학자는 링컨의 보호무역이야 말로 초기 미국발전의 원동력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참고로 크루그먼이 노벨상을 받았다면, 장하준 교수는 뮈르달상에 빛나는 경제학자다. 역사적으로 보면, 누가 바보라는 것을 알아내고, 그 사람이 바보라고 떠들고 다니는 사람이야 말로 진짜 바보가 되는 사례가 빈번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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