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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꾼

[펌] 청소년 논문,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나는 튀는 도시보다 참한 도시가 좋다>는 책은 대학교수에게 갑자기 이메일을 보낸 중핵생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중학생은 아파트 옥상에서 무당벌레가 집단적으로 죽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 원인에 대해 고민하며 급기야 도시계획 전문가인 정석교수에게까지 이메일을 보내게 된 것이다. 연구결과, 주범은 아파트 옥상의 조명으로 밝혀졌다. 학생의 열정과 정석 교수의 도움으로 <아파트 옥상 조명이 곤충의 생태에 미치는 영향: 무당벌레를 중심으로>라는 보고서가 나올 수 있었다. 덕분에 이 중학생은, 비록 익명이지만, 한 교수의 도시설계 에세이의 서문을 장식할 수 있었던 것이다. 

2014 년초, 교과부는 외부스펙 기재 금지를 발표했지만 여전히 연구논문의 중요성은 줄어들지 않았다. 대교협에서 발표한 외부스펙은 외국어 점수와 일부 학교 교과목이 포함된 대회 스펙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공인영어점수, 다른 외국어 시험점수, 수학경시대회와 과학경시대회 등의 수상경력을 학생부에 기재하는 경우는 0점 처리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논문'은 고등학교 정규교육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청소년 논문은 '외부스펙'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또 특목고와 자사고에서는 학교 내부에서 연구논문 계약을 개최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학에서 학부과정 4년을 마치고, 대학원에 입학해서도 2년 이상 공을 들여야 겨우 나오는 논문을 청소년이 쓰는 일은 결코 쉬워보이지 않는다. 이 칼럼에서 그 어렵고 긴 논문의 과정을 모두 기술할 수는 없고, 다른 칼럼과 마찬가지로 청소년 논문과 관련한 몇가지 팁만 제공하기로 한다.

1. '청소년 논문'은 없다.
이 세상의 모든 논문은 성별과 나이를 따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청소년 논문이 있으면, 중년 논문도 있을까? 중년 논문이 있으면, 노인 논문도 있을까? 그렇다면, 아시아인 논문과 아프리카계 논문은 따로 있을까? 연구논문은 누가 그 논문을 썼든지 논문 안에 들어있는 연구결과로 승부를 본다. 고로, 청소년만을 위한 연구논문 작성법이 따로 있을 리 없다. 만약 누가 "청소년 논문을 위한 왕도가 따로 있다"고 말한다면, 그 사람은 전문가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결국 논문을 쓰고 싶어하는 청소년이 있다면, '청소년 논문 쓰기'가 아니라 '논문쓰기'를 배워야 하는 것이다.

2. 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없다면 도서관으로 가라.
목 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 목이 마른데 우물을 파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우물을 팔 만큼 목이 마르지 않은 것이다. 고로 우물을 파지 않는 사람은 우물을 판 사람에게 진다. 청소년이 논문을 쓰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일은 적절한 지도교수(꼭 직위가 교수여야 한다는 점은 아니다)를 찾고 도움을 받는 일이다. 그러나 지도교수를 찾지 못하는 학생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도교수가 없다는 이유로 목마른 채로 있을 것인가? 내가 청소년이라면 도서관으로 가겠다. 국회도서관, 중앙도서관 정도 되는 큰 도서관에 가면 '논문쓰는 방법'에 대한 엄청나게 많은 책들이 있다. 그 중에서 <학술논문작성법>(
웨인 C. 부스 , 그레고리 G. 컬럼, 조제프 M. 윌리엄스 지음 | 양기석, 신순옥 옮김 | 나남 | 2012) 이런 책만 봐도 충분히 연구의 기본을 알 수 있다. 넉넉 잡아 5권만 읽어보시라. 웬만한 지도교수보다 논문작성법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논문쓰는 방법을 알았다고 해서 논문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논문쓰는 방법마저 모른다면 절대 논문을 쓸 수 없다.

3. 연구질문이 당신의 일상 속으로 들어오도록 하라.
연 구를 처음 해보는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다. 선행연구를 찾는 법, 글을 쓰는 법, 목차를 잡는 법 등 쉬운 것이 없다. 그러나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누가 가르쳐주기 어려운 기술이 있다. 그것은 바로 '연구 질문 찾기'이다. 연구질문 찾기는 연구의 거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될 만큼 중요하다. 연구질문은 논문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즉 적절한 연구질문이 던져졌을 때,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 그리고 나름대로의 결론을 제시한 것이 바로 '논문'인 것이다. 차라리 누가 낸 문제에 답을 내기는 쉽지만,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내는 것은 연구자의 창의적 능력과 직결되어 있다. 거꾸로 말하자면, 연구질문을 찾는 일은 창의적 인간이 되는 길이다. 연구질문 10개 정도가 떠오르면, 그 중 하나 정도는 반드시 학회지에 오를 수 있는 연구질문이 될 수 있다. 단순 무식하게 숫자로 표현하자면, 처음 5개의 연구질문을 떠올릴 수 있다면, 다음에는 같은 시간을 들여 10개의 연구질문을, 그 다음에는 20개의 연구질문을 떠올릴 수 있게될 것이다. 자유자재로 연구질문을 만들내는 능력, 그것은 연구자만 가지는 특권이다. 연구질문은 무당벌레의 죽음부터 뉴턴의 떨어지는 사과까지 일상에서도 숱하게 발견할 수 있다. 연구질문을 발견하겠다고 생각한 순간, 세상은 온통 연구질문들의 집합소로 보일 날이 있을 것이다. 비로소 연구질문이 일상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증거이다.

4. 논문은 또 다른 논문의 자식이다.
논 문은 또 다른 논문의 자식이다. 논문은 다른 논문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할 수 밖에 없다. 고로 다른 선행연구 논문을 조사하는 작업은 아무리 강조해도 중요하지 않다. 자신이 연구하고 싶은 주제에 가장 근접한 논문을 3번 정독하고, 또 정독하자. 그러면 가야할 길이 흐릿하나마 보일 것이다.

이외에도 논문쓰는데 필요한 팁은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짧은 지면에 다 다룰 수 없으므로 오늘은 4가지만 언급하기로 한다. 건투를 빈다.


출처: https://knowledgepen.com:48492/kor/bbs/board.php?bo_table=resources&wr_id=577&page=0&sca&sfl&stx&sst&sod&spt=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