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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문화예술평론/인물평

변희재: 초년성공

어릴 적부터 나는 초년성공을 꿈꿨던 편이다. 전에도 적이 있지만, 30세가 되기 전에 불후의 명작을 남겨놓고 요절한다거나, 명작을 남기고 초야로 돌아가서 농사를 짓는다든가, 아무튼 그런 삶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스무살이 되던 나이에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뒤흔든 서태지나, 1 세계대전에 참전에 짬짬히 글로 서양철학사를 다시 비트겐슈타인이나(비트겐슈타인의 업적은, 업적을 달성하려고 했지만 결국 달성하지 못했던 러셀의 저작과 비견되어야만 제대로 평가할 있다), 이른 나이에 요절했지만 아직까지도 록의 역사에서 전설로 남아있는 니르바나의 커트 코베인, 빈티지 장르를 개척하고 요절한 영국 가수 에이미 와인하우스 등이 좋은 예라고 있겠다.


고등학교 시절에 내가 꿈꾸던 모델 중에 지금 여권의 빨갱이 저격수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변희재란 인물도 있었다(인정하기 싫지만). 내가 3이었던 1999 변희재라는 인물은 군대를 제대한 서울대학교 학생이었고, "스타비평"이라는 책을 출간하게 된다(그것도 무려 '인물과 사상'에서). 그는 서문에 당당하게 자신이 강준만 글쓰기 스타일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책의 완성도는 서울대생의 연예인 관찰보고서 정도의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읽을만 했다. 당시 그는 우리 세대의 글쟁이 중에 단연 돋보였다.


이른바 "포스트 강준만"으로 불렸던 변희재씨는 2004년을 전후로 하여 정치적 입장을 바꾼다.(사실 바꾼다는 표현 자체가 맞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어쨌든 시점을 기준으로 그는 우파의 대변인, 혹은 극우의 대변인을 자청한다. 자세한 내용은 위키피디아 참고). 이후, 변희재는 우파를 대표하는 젊은 저격수가 된다.


아시는 것처럼, 변희재는 광우병 사태 김민선이라는 배우에게(현재 이름: 김규리) 사회에 대해서 논할 자격이 되지 않으면 말을 하지 말라는 망언을 하였고, 노무현 서거국면에서는 자살한 대통령을 위해 세금을 써야 하느냐고 국장에 반대했으며, 다음(daum) 친노포털라고 규정하고 척결대상으로 본다. 나와도 친분이 있는 황모군은 변희재의 외도를 좌파 지식인의 수입(income) 문제와 연결시키는 글을 프레시안에 썼다가, 변희재로부터 "공부 하라" 답변을 받았다. 물론 그가 망언만 일삼았던 것은 아니다. 최근 진중권이 주체한 사망유희 토론회에서 NLL 문제와 관련하여 변희재는 철저한 준비로 진중권이 할말을 잃게 만들었고, 그동안 잃었던 자존심을 상당히 회복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한두가지 사건을 제외하고, 그의 행적은 여전히... 비판받을 만하다( 험한 표현을 많이 알고 있지만). 그는 배우 김여진이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방송출연을 거부당한 것과 관련하여, 정치참여를 하면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할 정도로 여전히 꼴통이다.


변희재가 타락하는 것을 보면서, 한편으로 씁쓸하지만, 다른 편으로는 서늘하다. 어쨌든 나의 워너비였던 변희재가 저렇게까지 타락하고 나가는 것을 보는 것이 기쁘지만은 않다. 나보다 나이 많은 세대에서 김지하 시인의 망언을 보면서 기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행여나 나에게 초년성공이 찾아왔을 , 내가 변희재처럼 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서늘해지는 것이다. 주목받고 싶다고 생각하면 수록, 인터뷰 당하고 싶다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저렇게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튀려고 노력하지 않는 이상, 30 남성에게 누가 주목을 주겠는가.


그는 꾸준히 주목받는 길을 선택했고, 결과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시선이 무엇이든 간에. 사실 차이는 매우 중요하다. 나는 변희재의 정치적 입장을 논하는 것이 아니다. 코멘테이터로서의 최소한의 자질을 말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비난할 때도 "" "" 있어야 한다. 내가 변희재를 타락했다고 말하는 것은 그가 논객으로서 최소한의 예의(노무현 서거국면에서 보듯) 똘레랑스(김민선과 김여진의 사례에서 보듯) 없기 때문이다. 비슷한 의미에서 박정희를 공중파에서 다까끼 마사오라고 폭로했던 이정희의 태도는 매우, 아주 매우 잘못됐다고 본다. 앞으로도 변희재는 주목받기 위해서 점점 과격하고 자극적인 언사들을 쏟아낼 것이다. 향후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그리고,

나는 변희재를 초년성공의 반면교사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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