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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문화예술평론/인물평

김영하: TV에 나온 소설가

페북발행 연습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는 김영하 작가(향후 호칭 생략)이다. 2004년부터는 그의 소설을 꾸준히 봐왔고, 단편 개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작품을 구입해서 읽었다. <빛의 제국>이나 <퀴즈쇼>, 최근 나온 <너의 목소리가 들려> 같은 장편도 좋지만, <오빠가 돌아왔다>, <그림자를 사나이> 단편도 좋다. 그는 거의 모든 작품에서 이렇게 비슷한 퀄러티가 유지되고 있는 한국의 유일한 작가가 아닌가 감히 생각해본다.

그는 문학계에 화려하게 데뷰했다. 당시 문학계의 상이란 상은 김영하가 싹쓸이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그의 소설은 해외에서도 인기가 있다. 아마 국내 작가로는 그만큼 많은 소설이 여러 언어로 번역된 작가가 없을 것이다(확인 ). 그는 잠깐 교수로도 재직했는데, 아마 굉장히 좋은 선생이었을 같다. 그의 <김영하의 읽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김창현의 인문지리 팟캐스트> 나오기 훨씬 전부터 선구적으로 시작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참고로 나도 김영하 씨의 팟캐스트를 듣다가 팟캐스트 방송을 만들었다).

간단한 소개만으로도 그가 대한민국의 내노라하는 작가임을 있다. 그런데, 그의 작품은 의외로 아주 많이 팔리지는 않는다고 한다(수치는 모름, 나는 그의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거의 적이 없는 같다). 아마 글을 읽는 독자들 중에도 <이야기쑈 두드림> 나오기 김영하를 모르는 분도 계셨을 것이다. 그가 소설을 많이 파는 것이 병리적 현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실은 적어도 가지 정도의 의미는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사람들이 소설을 외면하는 정도가 심각해졌다. 나이 먹은 남자치고 소설 읽는 사람을 적이 (거의) 없다. 심지어 문학 전공이 아닌 교수들이 최근에 읽은 소설에서 이런저런 내용이 있었다고 얘기하는 것을 적도 없다. 회사원은 물론이고, 요즘은 여성들도 소설을 많이 읽는 같다. 그러니까 외국에 책을 번역해서 정도로 인기있는 작가의 책도 그다지 베스트셀러가 아닌 것이다. 이런 나라에서 글을 쓰면서 살아야 하는 미래가 불쌍하다. 끊임없이 글을 읽지 않는 사람들을 원망하면서 글을 쓰다 죽을 같다. 그게 무슨 장르든지.

둘째, 김영하는 확실히 호불호가 갈린다. 생각에 김영하는 비중있는 소설가로서 드물게 정치적 지향이 전혀 없다. 요즘 말로 쿨하다. 그가 귀걸이를 차고 문학상 대상 시상식에 등장했을 원로 소설가들은 경악했다. 학계의 엄숙함에 대한 리버럴리스트의 빠큐랄까, 통쾌한 느낌이 있다. 이런 류의 표현을 좋아하진 않지만, 그는 확실히 대한민국 포스트모던 문학 시대를 활짝 열었다. 고로, 소설이 정치적으로 "바른" 의미를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김영하에 관심이 없고, 관심이 있다면 싫어하는 편이다. 중에 분에게 내가 김영하 소설을 보라고 추천했는데, 신기하게도 두분 읽으셨단다. 돌아오는 대답은 놀랍게도 똑같았다.


" 없더라."


반면, 정치에 관심이 없거나 정치를 혐오하는 사람들 중에서 소설 읽는 사람 치고 김영하를 싫어하는 사람은 봤다(이런 차원에서 보면, 나는 예외다).

두드림에 나온 김영하는, 자체로 정말 멋진 사람이었다(나는 "멋지다" 말을 최고의 찬사라 생각한다). 끊임없이 그럴듯한 이야기들이 흘러나오는 공장 같다. 어떨 때는, 이런 위대한 소설가 양반이 조금만 정치색과 비슷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때도 있다. 그런데 그건 꿈이다. 내가 좋아하는 김영하는 순수하게 소설을 좋아하는 김영하이므로, 소설보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김영하를 내가 좋아할지는 모르는 일이다.


아무튼,

나는 많은 사람이 김영하를 알아서 그의 책도 100만부쯤 팔렸으면 좋겠다. 그래서 박세리가 히트칠때 아이들에게 골프를 가르쳤던 것처럼, 사람들이 글써서 부자되는 꿈을 꾸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그리 허황된 꿈은 아니라고 본다. 노파심에 강조하자면, 여기서 '부자' 핵심이 아니다, 책을 많이 읽음으로써 우리 모두의 삶이 풍성해지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려면 부자가 작가들이 필요하다.


성인 명이 달에 권씩만 사서 읽어도 세상이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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