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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수집꾼

완벽주의를 가지고 싶어하는 그의 이야기 #1

 완벽주의를 가지지 못한 어떤 사람이 있다. 그는 매사에 듬성듬성한다. 술 마시고 지갑이나 가방 따위를 놓고 올 때가 많다는 점만 보아도 그가 얼마나 듬성듬성한지 알 수 있다. 아마 이 세상의 종업원들이 그토록 착하고 배려심이 깊지 않았다면, 아마 그의 월급은 모두 지갑과 가방을 사는데 써도 모자랐을 것이다. 다행히 그의 지갑을 일행, 또는 종업원이 챙겨주었기에 그는 월급을 다른 곳에도 쓸 수 있었다. 

 

 학창시절에 그는 수학에서 종종 100점을 맞아본 일이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 100점은 정말 드문 일이었다. 그의 친구가 "나는 모르는 것을 틀려본 일이 없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듣고 그는 충격을 받았다. 왜냐하면 돌이켜보면 그는 대부분 아는 문제를 틀렸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모르는 문제만 틀릴 수가 있는 거지? 그런 점에서 스스로를 비효율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런 그도 시간이 지나서 어엿한 사회생활을 하게 되었다. 가끔씩 그의 허술함이 드러났지만, 그는 다른 능력을 임기웅변으로 동원하여 위기를 넘겼다. 그의 아버지는 농담처럼 말했다. 


넌 의사가 될 수 없단다, 네가 의사가 되면 수술하고, 가위를 넣고 배를 꼬멜게 분명하다. 

 

그는 다른 여러 재능이 있었으므로 완벽주의만 있으면 세상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꼼꼼하지 못해서 틀린 답을 맞추면 이 세상 모든 시험에 통과할 수 있을 것이고, 생활을 완벽하게 관리하지 못해서 얻은 불이익을 모두 커버하면 금방 부자가 될 것 같았다. 


집요함, 강박관념. 


그는 그런 걸 배우고 싶어한다. 지금이라도 그에게 누군가 와서 집요함을 알려준다고 하면 그는 과외비라도 낼 의향이 있었다. 집요함과 완벽주의, 그것은 그가 완벽해지기 위한 숙제 같은 것이다.  


숙제를 풀기 위해 그는 머언 길을 떠났다. 완벽해지기 위해서, 집요해지기 위해서. 그는 집을 떠난지 1분만에 돌아와서 가방 속에 있는 여권을 다시 챙기고, 다시 여행을 떠났다. 당장 해외로 나갈 것은 아니었지만, 언젠가 해외로 나갈 수도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 94년보다 더웠다는 16년의 더위 속으로 터벅터벅 걸어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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