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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고백

뇌, 인셉션, 자기브랜딩

명절이 끝날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운전을 많이 하게 되고, 

식구들이 콜콜 자고 있는 동안 별의별 생각을 하게 된다. 요즘 내 화두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뇌'이고, 다른 하나는 '인셉션'이다.


둘 다 연결되어 있는 주제라고도 볼 수 있다. 몇 년 전 포스팅했듯, 

이미 사회과학은 '뇌'에 관한 학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말하면 생물학 결정론이라고 벌쩍 뛸 분들을 많이 알고 있지만, 

최근 몇 년간 뇌에 대한 인간의 지식만큼 효율적으로 인간 행동을 설명하는 이론은 없었다.


요즘은 다이어트를 설명할 때에도, 아이의 양육방법을 설명할 때에도, 

혹 욱하는 방법을 소개할 때에도 뇌에 대한 설명이 없으면 '사이비'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이다. 

뇌에 대한 한국 사회과학의 관심은 부족하다 못해 기근이다. 

가끔 나오는 엔터테이페써들의 뇌지식으로 만족해야 하는 처지이다.


뇌를 설명하기 위한 도구는 장비, 그리고 임상인데, 

쉽게 말하면 결국 돈이다. 

돈과 뇌과학에 필요한 사회적 관심이라는 두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춘 나라는 당연히 미국 밖에 없다. 

한국 사회과학은 안타깝게도 몇 십년 지나면 또 뇌교육이 중요하다 하면서 사기꾼 몇 사람이 돈 벌고, '뇌 이야기하는 놈은 다 사기꾼이다'라는 인식이 팽배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나는 뇌공부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지만, 

미국 과학자와 사회과학자들이 뇌에 대해 연구하면서

인간의 얼마나 내밀한 속살까지 알게 되었을까를 떠올리면 부럽다. 

그리고 도저히 걔네들 못 따라간다는 좌절감.


또 하나는 당연히 뇌와 연결된 '인셉션'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버는 것이 최종 목적이라고 가정하면, 돈을 벌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어떤 사람들의 행동이다. 

사람들은 어떤 물건, 혹은 서비스를 욕망해서 소비하게 된다. 욕망의 근원 중 일부는 본능이다.


예를 들면 배고프다는 본능. 그런데 본능은 '무엇을' 먹을지를 결정하지는 못한다. 

본능은 김치찌개를 먹는 포만감이나, 랍스타를 먹는 포만감을 똑같이 인식하지만, 뇌는 다르게 인식한다. 

즉, "우리는 위가 아닌 뇌로 먹을 것을 선택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인간의 머리 속에는 몇 가지 선택지밖에 없다. 

보통 갑자기 배고파서 여러 사람이 먹어야 할 것을 

선택할 때는 '짜장면이냐, 고기냐, 초밥이냐' 정도를 가지고 고민하지, 

10개 넘는 선택지를 가지고 고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좀 더 과감하게 말하자면, 

이분법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결국 선택지는 금방 2-3개로 압축된다.


그 때 선택지 안에 들어올 수 있으면, 그 사업은 무조건, 무조건, 무조건 성공한다. 

예를 들어, 갑자기 당신은 '우삼겹'이라는 메뉴를 먹고 싶다. 그러면 어디로 가겠는가? 

나는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백종원의 '본가'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우삼겹이 떠오르면, 본가로 간다' 이 공식을 만든 건, 

고기로서는 거의 가치가 없는 소고기의 업진살과 양지살이라는 부위로 

"우삼겹"이라는 이름을 붙인 데 있을 것이다.


여기에 "우삼겹 = 본가"라는 공식만 입혀주면 전국에서 우삼겹으로 떼돈을 벌 수 있게 된다. 

말이 쉽지 사실 대부분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지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한 가지는 명확하다. 

우리에게는 분명 '우삼겹 = 본가'라는 공식이 있고, 

그 공식은 누군가가 우리에게 몇 년을 걸쳐서 주입했다는 사실이다. 

영화 '인셉션'의 컨셉과 놀랍게 유사하지 않은가.


생각을 심기 위해서 돈을 벌고 싶어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미디어'의 이름을 한 '광고판'을 우리에게 노출시킨다. 

우리의 관심이라는 제한된 자원을 통해서 우리 뇌의 일부에 또아리를 틀고 앉으려는 

수천 업체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관심을 어지럽힌다.

"자기 브랜딩"(?)이란 것이 있다면 아직까지 나는 실패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사람들은 나를 소개할 때 애매해한다.

 어떤 아이디어에 나의 이미지를 투사시켜 사람들의 머리 속에 남아있게 할 것인지, 

요즘 가장 고민하는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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