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즈도 다시 생각한다."(Rethinking Keynes)
1929년 대공황에 대해서, 자유주의자들은 이것은 일시적인 시장의 불균형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장기적으로 시장은 균형을 찾아갈 것이니 정부가 별도의 개입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 특히 자유주의자들은 실업문제를 심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대표적으로, 미제스, 하이예크, 프리드먼 등).
케인즈는 "단기적으로 불균형이지만, 장기적으로 균형"이라는 시장주의자들의 문법에 대해서, "장기적으로 우리는 모두 죽는다"(In the long term, we are all dead.)라고 대응했다. 그는 구성의 모순(모두 자기이익을 추구하지만 모두가 손해를 보게 된다), 유동성 선호(현금이 짱이다), 승수효과(돈은 돌고 돈다), 미인대회 이론(남들에게 자랑할만한 명품을 산다) 등 몇 가지 논리적 추론을 거쳐서, 국가 개입주의라는 처방을 내렸다. 그런데 사실 국가개입이라는 결론 자체는 평범하다. 유사 이래로 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레자 페어리즘, 자유방임주의였던 적은 한 번도 없었을 것이다. 인류 역사는 규제와 간섭의 역사다. 하지만 기존 경제학을 뒤짚는 케인즈만의 독특한 논법들이 국가개입의 정당성을 확보해주었다.
뉴딜정책이나 마샬플랜 등에서 보듯 케인즈주의 정책은 어느 정도 성공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케인즈주의가 답이 아니라는 증거는 1970년대 이후 쏟아지기 시작했다(그는 1946년에 사망했다.) 아무리 국가가 돈을 쏟아부어도 경제를 직접 살리기는 역부족이었으며, 정부투자는 유효수요를 창출하지 못했다. 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의 결과로 80년대 미국과 영국은 신자유주의를 채택했다.
MB는 22조원 정도의 예산을 4대강 사업에 사용했다. 그는 자신이 '녹색 뉴딜' 정책을 폈다고 주장했는데, 나는 그 주장에 수긍한다. 다만 평가의 측면에서 놓고 본다면, '4대강'이라는 녹색뉴딜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1) 만약 녹색뉴딜이 정부투자로 인해 유효수요를 창출하고, 거시경제의 마중물을 붓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면 녹색뉴딜은 실패였다. 강바닥을 파는 정책은 강을 넓고 깊게 만드는 데에는 기여했지만, 이해당사자 이외의 사람들을 부유하게 하는 데 기여했다는 증거는 아직까지 없다.
2) 만약 녹색뉴딜이 거시경제 차원이 아니라 환경적 차원에서 본다면 성공이라고 본다. 녹색뉴딜로 인해 강이 녹색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안구 건강에 좋은 녹색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감히 녹색뉴딜이 실패였다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요즘 대형공공사업의 수요예측에 대한 논의가 많은데, 근본적으로 대형사업은 케인즈주의의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실업을 걱정했던 케인즈의 진심에도 불구하고, 케인즈주의가 우리에게 꼭 긍정적인 유산만을 남긴 것은 아니라고 본다. 토목사업이 경제를 활성화 시킨다는 믿음의 뒤에는 케인즈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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