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이다. 워낙 정국이 빨리 변하기 때문에 약간 때늦은 감이 있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다시 올린다.
먼저 <안철수의 생각>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안철수의 생각>은 논술 답안이다. 왜? 정답만 있다."
이것이 내 느낌의 요체이다. 차근차근 풀어가보자.
논술강사를 비교적 오랫동안 해온 입장에서 말하자면, 논술에는 정답이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논술이야 말로 정답이 있다. 심지어 요즘은 학원에서도 그렇게 가르친다. 논술의 기본은 논술에 정답이 있다는 것을 믿는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듯이, 논술시험장에서 학생은 내가 생각하는 정답을 쓰기 보다 남들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답을 쓰게 마련이다. 마치 케인즈의 미인대회 이론과 같은 것이다. 미인대회 심사자들은 내가 미인이라고 생각하는 상보다 남들이 미인이라고 생각하는 상을 먼저 말한다. 그리고 심지어 그게 답이다.
안철수의 책이 그런 수준이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무리 안철수 교수가 다양한 분야에 대한 여러가지 지식을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어떤 부분에서는 전문성이 심각하게 부족하다는 느낌을 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안철수 교수는 성실하고 영리한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통령의 자질에 자기 자신을 맞추는 방식을 선택한 것 같다. 안철수의 <생각>은 시정잡배들에 비하면, 매우 세련되고, 개혁적이며, 그럴 듯 하다. 그게 안철수의 힘이다. 자기 말마따나 진짜 "상식파"다.
그는 정답만 말한다.
"대기업-중소기업 불공정 관행 개선하자.
천안함-기본적으로 정부발표 믿지만, 수사과정이 투명해야 한다.
FTA-기본적으로 찬성하지만, 부작용이 없는지 검토해야 한다.
농업-식량자급률을 높여야 한다.
지역균형발전-해야 한다."
그의 주장에 나는 대부분 동의한다. 아니, 그는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말을 써놨다. 예를 들어, 한국적 상황에서 농업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장기적으로 자급률을 높이자"는 말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하지만, 그가 대안으로 제시한 도시농업 활성화(알짜배기 땅에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농작물을 심자고?), 직불제(고위관료들이 타먹는 거 보고도 그런 말씀이 나오시나) 등은 상투적이다 못해 지루한 대안들이다. 지금은 면피를 쓰고 있지만, 자기의 전문분야가 아닌 분야에서 그의 지식은 남루하다. 물론 다른 대선주자들보다 훌륭한 편이다.
그의 저서는 대통령으로서 가져야 한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지식을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다. 세련되고, 훌륭하지만 뭔가가 부족하다. 그게 뭔가.
"조직"
안철수 교수의 책의 어디에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흔적은 없다. 이 책은 너무 안철수 중심적이다. 그가 아무리 공부를 많이 했다 하더라도, 대한민국 모든 분야에 대해서 전문가일수는 없다. 그런데 이 책은 자기가 얼마나 준전문가수준까지 공부를 했는지를 보여줄 뿐이다. 적어도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다른 어떤 전문가가 자기를 "보완"(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할 수 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식상하게도, 그의 책은 자기조직이 없다는 한계를 명확하게 드러내준다. 정리하자면,
"지금 그에게 적은 있지만 동지는 없다. 지지율만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그는 논술답안 수준의 책을 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나라당이라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있는 정치조직을 가진 박근혜와, 모든 논술문제를 풀 만큼의 지식과 능력을 가졌지만 조직이 없는 안철수의 싸움. 이 구도로 후보가 결정된다면, 결과는 "뻔할 뻔"이다.
안철수의 책이 그런 수준이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무리 안철수 교수가 다양한 분야에 대한 여러가지 지식을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어떤 부분에서는 전문성이 심각하게 부족하다는 느낌을 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안철수 교수는 성실하고 영리한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통령의 자질에 자기 자신을 맞추는 방식을 선택한 것 같다. 안철수의 <생각>은 시정잡배들에 비하면, 매우 세련되고, 개혁적이며, 그럴 듯 하다. 그게 안철수의 힘이다. 자기 말마따나 진짜 "상식파"다.
그는 정답만 말한다.
"대기업-중소기업 불공정 관행 개선하자.
천안함-기본적으로 정부발표 믿지만, 수사과정이 투명해야 한다.
FTA-기본적으로 찬성하지만, 부작용이 없는지 검토해야 한다.
농업-식량자급률을 높여야 한다.
지역균형발전-해야 한다."
그의 주장에 나는 대부분 동의한다. 아니, 그는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말을 써놨다. 예를 들어, 한국적 상황에서 농업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장기적으로 자급률을 높이자"는 말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하지만, 그가 대안으로 제시한 도시농업 활성화(알짜배기 땅에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농작물을 심자고?), 직불제(고위관료들이 타먹는 거 보고도 그런 말씀이 나오시나) 등은 상투적이다 못해 지루한 대안들이다. 지금은 면피를 쓰고 있지만, 자기의 전문분야가 아닌 분야에서 그의 지식은 남루하다. 물론 다른 대선주자들보다 훌륭한 편이다.
그의 저서는 대통령으로서 가져야 한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지식을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다. 세련되고, 훌륭하지만 뭔가가 부족하다. 그게 뭔가.
"조직"
안철수 교수의 책의 어디에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흔적은 없다. 이 책은 너무 안철수 중심적이다. 그가 아무리 공부를 많이 했다 하더라도, 대한민국 모든 분야에 대해서 전문가일수는 없다. 그런데 이 책은 자기가 얼마나 준전문가수준까지 공부를 했는지를 보여줄 뿐이다. 적어도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다른 어떤 전문가가 자기를 "보완"(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할 수 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식상하게도, 그의 책은 자기조직이 없다는 한계를 명확하게 드러내준다. 정리하자면,
"지금 그에게 적은 있지만 동지는 없다. 지지율만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그는 논술답안 수준의 책을 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나라당이라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있는 정치조직을 가진 박근혜와, 모든 논술문제를 풀 만큼의 지식과 능력을 가졌지만 조직이 없는 안철수의 싸움. 이 구도로 후보가 결정된다면, 결과는 "뻔할 뻔"이다.
이 글이 도움이 되셨나요? 아래의 View-on 상자를 눌러주시면 큰 도움이 됩니다. 의견 남겨주시면 감사히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가끔문화예술평론 > 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백산맥> 영문제목 제안:"Forbidden story of people in deep mountain" (0) | 2012.08.16 |
---|---|
<질러, 유라시아: 녹두 거리에서 샹젤리제 거리까지> (0) | 2012.08.09 |
<검은 꽃> 삶의 울부짖음이 만들어내는 교향곡 (0) | 2012.08.03 |
<대중독재> 독재는 대중의 작품인가? (2) | 2012.08.03 |
<10월 혁명사> 스탈리니즘의 한계 (2) | 2012.08.03 |